[Editor's Letter] 반ESG 운동의 기원

입력 2024-02-06 09:17   수정 2024-03-13 09:40

[한경ESG] Editor's Letter

요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에서도 미국 대선 레이스를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하면 일부 공화당 주 정치인들이 불붙인 반ESG 운동이 연방 차원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의 표현대로 기후 문제 등 ESG를 둘러싼 미국 내 대립은 이제 합리적 토론이 어려운 ‘문화 전쟁’ 양상으로 악화되었습니다. 왜 미국은 이처럼 유럽과 다른 길을 가게 된 것일까요? 얼마 전 이 의문의 실마리를 푸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미국 내 반ESG 운동의 계기가 된 사건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금난에 빠진 택사스 원유 채굴업자들이 탈탄소 정책을 이유로 오랫동안 거래해온 은행들에서 추가 대출 신청을 거절당합니다. 화가 난 이들은 주정부로 몰려갔고, 주정부는 금융기관에 석유 관련 대출을 거부하는 곳은 주 기금 위탁운영을 금지한다고 통고합니다. 여기에 발 빠른 주 의원들이 ‘금융 업무에서 ESG 반영 금지법안’을 발의하며 가세하고 나섰습니다.

이 이야기는 ESG의 자기 성찰과 관련해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지 않은 금융기관이 과연 지구환경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눈앞에서 곤란에 빠진 사람을 외면하고 지구를 구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이 문제는 올해 가장 중요한 기후 대응 관련 의제로 떠오른 ‘전환 금융’과도 연결됩니다. 석탄발전소 같은 탄소 고배출 기업이라도 무조건 거래 중단이나 투자 회수를 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여갈 수 있도록 돕는 개념입니다. 그동안 ESG를 내걸고 전기차나 재생에너지 같은 녹색 분야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온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더 많이 배출하는 곳을 감소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는 고배출 기업을 차갑게 배제할 게 아니라 이들이 적극적으로 전환에 나서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최근 ESG의 미래에 대한 모색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LBS) 앨릭스 에드먼스 교수는 ‘합리적 지속가능성’을 ESG를 대체하는 용어로 제안합니다. ESG가 너무 정치화되어 합리적 사고를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ESG는 좋은 의도로 시작됐지만 자산운용사는 ESG를 펀드 팔아 돈 버는 방법으로 여겼고, 기업은 ESG 인증을 내세워 투자자와 고객을 유혹했으며, 인플루언서와 교수들은 이전에는 이 주제에 관심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ESG 전문가로 자신을 재창조했습니다. 이제는 20년 전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운동을 창안한 유엔 관계자들의 원래 의도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진단합니다.

ESG는 여기저기서 공격받고 있습니다. ESG라는 이름이 실천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단순한 명칭의 문제를 넘어섭니다. 그러나 ESG에 대한 논란 때문에 지금까지 추구해온 것까지 버린다면 목욕물과 함께 아기를 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에드먼스 교수는 경고합니다.



장승규 기자 mtpoe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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